"친구들아, 나 드디어 결혼한다. 한 번 모여야지!!"
대학 동기 단톡방에 결혼을 할 예정인 한 친구가 모임을 제안했고,
어느 금요일 저녁 대학 동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.
그러나 나는 참석하지 못했다.
사실 아이가 태어난 이 후 동기모임은 한 번도 못갔다.
대학 동기 커플인 우리 부부는 모임에 혼자서 가기에는 뭔가 좀 껄적 지근하기 때문에
같이 가려면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한데, 늦은 시간까지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기 어려워서 몇 년째 계속 모임에 못나갔다.
어짜피 이번에도 참석 못하기 때문에 대학 동기 모임은 크게 중요한 일은 아니였다.
그러나......
동기들이 톡방에 올린 단체로 찍은 모임 사진 한 장은 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.
사진 속에는 머리가 곧 벗겨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이마가 훤히 들어나버린 친구,
살이 많이 쪄서 요즘 삶이 넉넉한가 보네 하고 생각이 들 정도로 후덕해진 친구,
흰머리가 꽤 많이 돋아 나서 곧 흰머리카락이 머리 전체를 장악할 것만 같은 친구의 모습이 있었다.
내 기억속에, 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대학 동기들은 이런 모습이 아닌데..
사진 속 그들은 너무나 많이 달라져서 너무나 괴리감이 들어 아내에게 한 마디 했다.
"여보야! 우리가 나이를 꽤 먹긴 했나봐. 이 애들 사진 봐봐. 왜 이렇게 폭삭 늙었지!!"
내가 말하자 아내가 맞장구를 쳤다.
"그래 맞아. 애들이 왜 이렇게 나이가 들어 보이지!!! 정말 우리가 나이를 많이 먹긴 먹었나보다."
맞다. 나는 올해 38살 (빠른생이라서 사실 37살이다.). 불혹이 코 앞이다.
이런, 벌써 이렇게나 나이를 먹었다니...
83년생 01학번.
대학교를 졸업한지는 13년, 직장생활은 11년이나 했다.
강산이 변 할 만큼 시간이 흐른 것이다.
아니 아니, 우리 딸이 벌써 7살이라는 사실.
내년에 초등학교를 입학한다는 사실은 더 더욱 놀랍다.
너무나 자그마해서 어떻게 안아줘야 하나 전전 긍긍하던게 엊그제 같은데,
벌써 7살이라니 시간은 야속하게도 참 빨리 흘러 가 버렸다.
나이 먹으면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느껴진다는데 요즘 내가 그렇다. 나이를 먹긴 먹었나보다.
먹고 싶지 않은 나이는 점점 꾸역꾸역 먹어 가고 있는데,
나는 지금까지 37년이나 살면서 무엇을 했을까??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?
내 장래 희망이자 어른이 되면 하고 싶었던 일인 '프로그래머'를 하고 있고,
좋다고, 너 아니면 안된다고, 죽자 살자 따라다녔던 내 '20대 시절의 전부였던 여자와 결혼'을 했고,
유전자 검사따윈 하지 않아도 내 딸임이 확실한 나랑 판박이인 이 세상 최고의 '애교쟁이 공주님'이 태어났고,
별거는 아니지만 공학 '석사'라는 타이틀도 있고,
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'전자 회사'에서도 일해봤고,
'월급 잘나오는 튼튼한 회사'를 잘 다니고 있다.
그래 이 정도면 나 잘 살아온거지? 그렇지? 맞지?
친구들아 너희는 지금 어떻니?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갈 생각이니?
궁금하고 또 궁금하다 얘들아!!!!!!!